단타를 시작하고 한동안 이런 패턴을 반복했다.
미국 동부 기준으로 오후 7시. 한국 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춰 모니터 앞에 앉는다. 썸머타임 때는 오후 8시다. 다음날 스케줄 때문에 보통 밤 11시쯤은 자야 한다. 그러면 시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고작 3시간이다.
전업투자자인데 정작 시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3시간뿐이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주식을 하면 이게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한국 장 초반 시간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어떤 날은 꽤 벌었다. 어떤 날은 많이 잃었다. 그렇게 몇 달을 반복하고 나서 정산을 해봤더니, 손익이 거의 비슷했다. 잘해야 약간 플러스, 나쁘면 약간 마이너스.
“이게 맞나. 이 시간대가 진짜 맞는 건가.”
그 의문이 생각지도 못한 발견으로 이어졌다. 이 글은 그 과정의 기록이다.
① 장 초반에만 집중했던 이유 — 그리고 왜 안 됐나
미국에서 한국 주식을 하다 보면 시간대 선택지가 없다. 한국 장이 열리는 오전 9시는 미국 동부 기준으로 오후 7시, 썸머타임 때는 오후 8시다. 밤 11시쯤 자야 다음날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으니, 시장을 볼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안팎이다.
3시간이면 한국 장 기준으로 대략 오후 2~3시까지다. 자연스럽게 장 초반과 장 중반 일부에만 집중하는 패턴이 굳어졌다. 물리적으로 더 볼 수가 없었다.
✅ 장 초반의 장점
변동성이 높아 큰 수익이 나는 날이 있다
수급이 활발하고 거래량이 많다
테마와 뉴스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 장 초반의 단점
같은 이유로 손실도 크게 난다
변동성이 커서 손절이 자주 발동된다
고점 매수 후 급락하는 패턴이 잦다
문제는 이 장단점이 거의 정확히 상쇄됐다는 거다. 크게 벌고 크게 잃는 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 수수료만 나가고 계좌는 제자리다. 단타의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비효율적인 구조였다.
몇 달치 매매를 정산해봤더니 손익이 거의 0에 수렴했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없다는 게, 단순히 손실보다 더 맥 빠지는 상황이었다.
② 억울해서 새벽까지 버텼다 — 종가베팅의 발견
어느 날이었다. 장 초반에 손실을 봤다. 크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왠지 그날따라 너무 억울했다. 자기가 싫었다. 그래서 그냥 장을 계속 켜뒀다.
피곤한 눈으로 오후 장을 멍하니 보다가, 장 마감 직전 시간대에 괜찮아 보이는 종목이 눈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들어갔다. 그게 종가베팅이었다.
결과가 생각보다 좋았다.
한 번이 아니었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종가 시간대에 들어가보니 손익비가 장 초반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이게 우연인가, 아니면 원리가 있는 건가.”
그때부터 종가베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왜 이 시간대가 손익비가 좋은지, 어떤 종목에서 유효한지, 어떤 조건에서 실패하는지. 그 공부가 나중에 K-Trader의 핵심 로직 중 하나가 됐다.
계획 없이 버텼던 그날 밤이, 지금 전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만들어줬다.
③ 종가베팅의 원리 — 왜 이 시간대인가
종가베팅이 왜 손익비가 좋은지는 시장 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단, 모든 종목에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특정 조건을 갖춘 종목, 특정 시장 환경에서만 유효하다. 종가베팅이 항상 안전하다는 건 잘못된 이해다. 조건 없이 무작정 종가에 들어가는 건 또 다른 도박이 된다.
④ 데이터로 분석하고 장점만 살렸다
수동 매매 시절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어떤 날 얼마를 벌었고, 어떤 날 얼마를 잃었는지. 시간대별로 어떤 패턴이었는지. 당시엔 그냥 일지 정도로 남겨둔 기록이었는데, 나중에 이게 꽤 유용한 데이터가 됐다.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AI를 활용했다. 예전 같으면 엑셀로 하나하나 정리하고 패턴을 눈으로 찾아야 했을 일인데, 데이터를 모아서 붙여넣으면 Claude가 시간대별 손익 패턴, 반복되는 실패 조건, 수익이 집중된 구간을 빠르게 정리해줬다.
AI 분석으로 확인한 것들:
장 초반 특정 구간에서 수익이 집중되는 패턴이 있었다. 그리고 손실이 집중되는 구간도 따로 있었다. 둘은 겹치지 않았다. 수동 매매 때는 그 구분 없이 장 초반 전체를 다 했던 거다.
데이터가 주는 인사이트는 명확했다. 수익 구간만 남기고 손실 구간을 제거하면 된다. 단순한 결론이지만, 데이터 없이는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다. 감으로 하면 결국 전체를 다 하게 된다.
이 분석 결과를 K-Trader에 반영했다. 장중 수익 로직과 종가베팅 로직을 병행하는 구조로 설계했고, 각 시간대에 맞는 조건식을 따로 구성했다. 실제로 더 많이 버는 건 종가베팅 쪽이다. 장 초반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종가 구간이 핵심 수익 구간이 됐다.
얼마나 매매하느냐보다 중요하다.
이건 자동매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동 매매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떤 시간대에 수익이 나고, 어떤 시간대에 손실이 나는지 데이터로 확인해본 적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기록을 시작하는 게 맞다. 느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마무리 — 덜 하는 것이 더 버는 방법이었다
장 초반에만 집중하던 시절엔 하루에 꽤 많은 매매를 했다. 종가베팅 중심으로 바꾸고 나서는 매매 횟수가 줄었다. 그런데 수익은 늘었다.
덜 하는 게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는 게 처음엔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타점에서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기다리는 것. 그게 단타든 장기투자든 본질은 같다.
📌 이 글의 핵심 요약
- 장 초반 변동성은 기회이자 리스크 — 수익과 손실이 상쇄되면 수수료만 남는다
- 종가베팅은 우연히 발견했지만, 원리가 있는 전략이다
- 수동 매매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수익 구간과 손실 구간을 분리할 수 있다
- K-Trader는 장중 로직 + 종가베팅 로직 병행 구조 — 실제 수익의 핵심은 종가 구간
다음 글에서는 백테스트 결과를 공개한다. 어떤 전략이 왜 실패했는지, 데이터가 보여주는 실패의 패턴을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 이전 글이 궁금하다면: 전략을 바꿨더니 수익률이 달라졌다 — 자동매매 3가지 변화
→ 종가베팅의 원리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네이버 증권 리서치 센터에서 시장 분석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이 글은 리치스피커의 실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회고 및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이 글의 내용이 특정 투자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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