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주식을 “잘해서” 전업투자자가 된 게 아니다.
처음 5년 동안의 투자 기록을 지금 꺼내보면 부끄럽다. 수익률보다 실수의 숫자가 더 많다. 종목 추천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공황 때 패닉셀, 본전 오자마자 매도 후 두 배 상승 구경…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비슷한 경험 한두 개쯤은 있을 거다.
그래서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실패의 기록이고, 그 실패가 어떻게 전업투자자로 가는 연료가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직장인 투자의 현실 — 왜 대부분 잃는가
처음 주식 계좌를 만든 건 2015년, 첫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였다. 동기들이 다들 주식 한다고 해서 나도 따라 했다. 요즘 말로 하면 전형적인 FOMO였다.
문제는 구조적으로 직장인이 주식으로 돈 벌기가 어렵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는 거다.
주식 시장은 오전 9시에 열린다. 직장인은 그 시간에 회의를 한다. 좋은 뉴스가 나왔을 때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은 시장을 온종일 보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핸드폰 열어서 뒤늦게 확인한다. 이미 누군가 다 먹고 나간 밥상을 보는 거다.
거기다 정보 비대칭까지 겹친다. 기관, 외국인, 전업투자자들은 데이터와 리서치로 무장하고 있다. 직장인 개인투자자는 유튜브 썸네일과 직장 동료의 카더라 정보로 결정을 내린다.
시간도 없고, 정보도 없고, 감정 관리는 더 안 된다. 이게 직장인 투자가 구조적으로 불리한 이유다. 그런데 나는 이 사실을 5년이 지나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아니, 사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조차도 모른 채 주식을 했다.
5년간의 실패 — 에피소드로 보는 흑역사
직장동료 추천 종목, 그리고 탄핵 폭락 (2015~2016)
2015년 말, 팀 동료가 특정 종목을 강하게 추천했다. 나는 왜 좋은지, 어떤 기업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매수했다. 당시 투자 방식은 이게 전부였다. “동료가 잘 아는 회사라니까 좋겠지.”
그런데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터졌다. 시장 전체가 흔들렸고, 내 계좌는 마이너스로 들어갔다. 공황 상태였지만 손절은 못 하고 그냥 버텼다. ‘존버’라는 단어의 뜻을 몸으로 배웠다.
그렇게 몇 개월 넘게 들고 있었더니 겨우 본전이 왔다. 안도감에 팔았다.
그 뒤로 그 종목은 2배가 됐다.
이 경험에서 배운 게 뭐냐고? 당시엔 아무것도 못 배웠다. “아 운이 없었네”로 끝냈다. 그게 진짜 문제였다.
비트코인 -80%, 그리고 또다시 반복된 패턴 (2017~2020)
2017년, 친구가 비트코인을 강하게 권유했다. “지금 안 사면 후회한다”는 말에 나는 또 아무 분석 없이 매수했다. 그것도 고점 근처에서.
그리고 -80%를 경험했다.
수익률 마이너스 80%. 1,000만 원을 넣었으면 200만 원이 남는 숫자다. 화면을 보기가 싫었다. 어플을 지웠다 깔았다를 반복했다. 자다가 깬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손절 못 하고 버텼다. 3년이 지나서야 본전이 왔다. 그리고 또 팔았다.
그 뒤로 비트코인은 8,000만 원을 넘었고, 지금은 1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두 에피소드의 패턴이 보이는가?
이게 두 번 연속 반복됐다. 다른 종목, 다른 시장, 다른 시기였지만 내 행동 패턴은 완전히 동일했다. 나는 배운 게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 뭘 배워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번아웃이 왔다 — 직장과 투자를 동시에 잡으려다 둘 다 놓친 이야기
전략기획실 업무는 강도가 세다.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경영진 보고 준비. 저녁 늦게까지 야근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와중에 투자도 놓지 않았다. 출근 전 차트 확인, 점심시간 뉴스 체크, 퇴근 후 종목 분석. 자기 전엔 해외 시장 흐름까지 보려고 새벽 1~2시까지 깨 있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직장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투자에서는 피곤한 상태로 판단을 내리니 실수가 잦아졌다. 몸도 망가지고, 판단력도 흐려졌다. 둘 다 잘하려다가 둘 다 망치는 상태였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어느 날 중요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머릿속엔 내 포지션 생각뿐이었다. 보고서 내용이 눈에 안 들어왔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직장과 투자를 병행하는 게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전업투자로 전환한 진짜 계기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내가 미국 대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하게 되면서 나도 직장을 포기하고 따라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준비가 덜 된 채로 전업투자자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퇴사 전에 먼저 따져봤다. 생활비는 얼마나 필요한가. 최소 몇 개월치 현금은 있어야 하는가. 손실이 났을 때 생활이 흔들리지 않을 버퍼는 있는가. 감정이 아닌 숫자로 따졌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타인의 추천, 시장 분위기, 그 순간의 감정. 이게 5년 동안 내 투자 판단의 근거였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전업투자자가 돼도 결과는 똑같을 거라는 걸 알았다.
처음부터 알고리즘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모아놓은 여유 자금으로 스윙, 단타, 차트 투자 등 여러 가지 시도와 실패를 거듭했고, 결국 수급 매매로 단타의 기초를 쌓았다. 그렇게 2~3년 정도 경험치가 쌓이자 시장을 보는 눈이 생기고, 어렵게 수익을 내는 법을 익혔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주식 시장시간에 맞춰 단타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것이 지금의 K-Trader다. 감정을 배제하고, 데이터로 진입과 청산 규칙을 정하고, 백테스트로 검증하는 방식. 투자를 ‘운’의 영역에서 ‘시스템’의 영역으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이게 내가 전업투자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다. 해외 이주가 방아쇠였다면, 내 투자 경험에 대한 확신이 총알이었다.
지금도 실패한다 — 그래도 전업을 선택한 이유
전업투자자가 됐다고 매달 수익이 나는 건 아니다. 이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손실 구간도 있고, 시스템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는 달도 있다. 전업이라고 해서 시장이 나를 봐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전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시간 주권. 직장인일 때 나는 내 시간의 주인이 아니었다. 전업투자자가 되고 나서는 하루 24시간 중 언제, 얼마나 시장을 들여다볼지 내가 결정한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둘째, 개선 가능성. 감으로 하는 투자는 실패해도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그냥 “운이 없었다”로 끝난다. 하지만 시스템 기반 투자는 로그가 남는다. 어떤 조건에서 들어갔고, 어디서 손실이 났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다. 실패를 개선의 재료로 쓸 수 있다.
5년간의 실패가 낭비가 아니었던 건 그 실패들이 결국 이 방향을 가르쳐 줬기 때문이다.
마무리 — 핵심 3줄 요약
- 직장인 투자는 시간, 정보, 감정 관리 모두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 반복되는 실패의 원인은 종목이 아니라 내 행동 패턴이었다
- 전업투자는 도피가 아니라 시스템을 믿는 선택이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K-Trader 개발 초기 이야기 — 왜 자동매매를 선택했는지, 처음 시스템을 짤 때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다룰 예정이다. 직접 코드를 짜서 매매하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한 분들은 다음 글을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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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리치스피커의 실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회고 및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종목·자산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지 않으며, 이 글의 내용이 특정 투자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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