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시작하고 한동안 이런 방식으로 종목을 골랐다.
아침에 뉴스를 훑는다. “OO 산업 성장 전망 밝아”, “XX 기업 신규 계약 체결”. 그 뉴스에 나온 종목을 찾는다. 차트를 본다. 올라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산다.
이게 감으로 매매하는 거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나름대로 뉴스도 보고 차트도 봤으니까 분석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분석이 아니라 기대였다.
주식 수익이 안 나는 이유를 묻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전략이 없어서가 아니다. 전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글은 내가 그 차이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① 처음엔 다 이렇게 시작한다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뉴스나 주변 추천으로 종목을 접하고, HTS를 켜서 차트를 본다. 차트가 올라가고 있으면 더 오를 것 같고, 내려가고 있으면 반등할 것 같다. 그 느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른다.
나도 똑같았다. HTS에 어떤 화면들이 있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기본 차트 화면과 종목 검색창만 열심히 들여다봤다. 호가창이 뭔지, 체결 강도가 뭔지, 외국인·기관 수급이 어떻게 보이는지 전혀 몰랐다.
그 상태에서 매매를 했다.
수익이 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왜 수익이 났는지 몰랐다. 손실이 날 때도 있었다. 그것도 왜 손실이 났는지 몰랐다.
원인을 모르는 결과는 반복될 수 없다. 운이 좋으면 버티고, 운이 나쁘면 잃는 구조였다.
⚠️ 감으로 매매한다는 게 단순히 “공부 안 한다”는 뜻이 아니다.
뉴스를 보고, 차트를 보고, 나름의 판단을 해도 — 그 판단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감으로 하는 것이다. “오를 것 같다”는 느낌이 있지만 왜 오를 것 같은지 조건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건 감이다.
② 공부를 시작했다 — 감이 논리로 바뀌는 과정
전환점은 단타 고수들의 책을 접하면서부터였다. 책에서 처음으로 HTS 화면 구성을 제대로 배웠다. 호가창에서 매수·매도 잔량이 어떻게 쌓이는지, 체결 강도가 어떤 의미인지,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이 어떻게 읽히는지.
화면이 보이기 시작하자 시장이 달리 보였다. 차트 하나만 보던 시야가 넓어졌다. 같은 종목을 봐도 훨씬 많은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이 과정이 하루아침에 된 건 아니었다. 책을 읽고, 실전에서 틀리고, 다시 들여다보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오를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이 조건에서 들어가는 것”으로 매매의 기준이 바뀌었다.
공부가 수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부 없이는 왜 틀렸는지 알 수 없고, 이유를 모르면 개선도 없다.
③ 감과 논리의 차이 — 왜 이게 수익으로 이어지는가
감으로 매매하는 것과 논리로 매매하는 것의 차이는 결과가 틀렸을 때 드러난다.
❌ 감으로 매매할 때
“왠지 오를 것 같아서” 샀다가 손실
왜 손실이 났는지 이유를 모른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잘 되면 운, 안 되면 운 — 개선이 없다
✅ 논리로 매매할 때
“이 조건에서 진입했다가 이래서 손실”
어떤 조건이 틀렸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건을 수정하고 다음에 적용한다
틀려도 데이터가 쌓이고 개선이 된다
감으로 하면 수익이 나도 왜 났는지 모른다. 그 수익을 반복할 수 없다. 손실이 나도 왜 났는지 모른다. 그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제자리다.
논리로 하면 다르다. 틀렸을 때 어디서 틀렸는지 알 수 있다. 조건을 수정하고, 다시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다. 느리게 보이지만 이게 유일하게 실력이 쌓이는 방법이다.
핵심 차이: 감은 결과를 예측하려 한다. 논리는 조건을 정의한다.
“이 종목이 오를 것 같다”가 감이라면, “이 조건이 충족된 종목에 진입한다”가 논리다. 전자는 맞거나 틀리거나 둘 뿐이고, 후자는 조건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개선할 수 있다.
④ 그래도 감을 못 버리는 이유 — 자동매매가 해결한 것
공부를 하고 논리가 생겨도 문제가 하나 남는다. 실행할 때 감정이 개입한다는 거다.
조건을 알고 있어도 손절 기준이 됐을 때 버튼을 못 누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반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수익이 나고 있을 때 익절을 못 한다. “더 오를 것 같은데”라는 욕심이 생긴다. 이게 인간의 본능이다. 논리를 알아도 실행 순간에 감이 끼어든다.
이게 수익이 안 나는 두 번째 이유다.
전략은 있는데 전략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못 하는 것.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자동매매가 해결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진입하고, 손절 기준이 되면 자동으로 나온다. 인간이 실행 순간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감정이 끼어들 구조 자체가 없어진다.
물론 전략 자체가 맞아야 한다. 틀린 전략을 자동으로 실행하면 자동으로 잃는다. 하지만 전략이 맞는다면, 감정 없이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진다. 직접 경험해보니 그랬다.
전략대로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무리 — 감에서 논리로, 논리에서 시스템으로
뉴스 보고 때려맞추던 시절에서 수급 흐름을 분석하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논리를 알고도 감정이 실행을 방해한다는 걸 깨닫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시스템을 만들었다.
감 → 논리 → 시스템. 이게 내가 지나온 순서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든, 다음 단계로 가는 방법은 하나다. 지금 하고 있는 매매의 근거를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감으로 하고 있는 거다.
📌 이 글의 핵심 요약
- 감으로 매매한다는 건 공부를 안 한다는 게 아니다 — 근거를 조건으로 설명 못 하면 감이다
- 공부의 목적은 “왜 틀렸는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 그래야 개선이 된다
- 논리가 있어도 실행 순간 감정이 개입한다 — 이건 의지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 자동매매는 감정 개입을 구조적으로 차단한다 — 전략이 맞다면 일관된 실행만으로 결과가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는 직장인이 퀀트 투자를 시작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코딩을 몰라도 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 처음 시작하는 사람 관점에서 솔직하게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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